새해 경제, 샴페인 일찍 터트리면 안 되는 이유 [삼일 이슈 프리즘]

입력 2024-01-03 15:38  

이 기사는 01월 03일 15:3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청룡(靑龍)의 해가 밝았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연준)의 지난해 마지막 정례 회의 이후 금리 인하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오른 모양새다. 미 연준이 부담을 느낄 정도로 시장은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 하지만 기대가 어긋났을 때 세계 경제는 또 다른 변동성에 직면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금리의 파고(波高)만 넘는다고 경제가 정상화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금리, 성장률, 인플레이션 등 경기 순환적 지표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트리는 것과 같다.
금리 ‘점진적 하락’…예상보다 늦어질 것
삼일PwC 경영연구원은 올해 국내외 경제 전망을 통해 금리의 ‘점진적 하락’을 예상했다. 금리가 인하되더라도 예전처럼 급격한 인하는 쉽지 않으며, 인하 시기 또한 기대보다 늦어질 수 있다.

지난 30여 년은 국가 간 신뢰에 기반한 세계화 시대였다. 원자재, 상품, 노동, 자본은 가장 효율적인 곳으로 이동했다. 또한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면서 웬만큼 확장적 통화정책을 써도 공급이 그에 맞춰 이뤄졌다.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 없는 성장’이 가능했다. 하지만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상황은 달라졌다. 국가 간 신뢰는 깨졌다. 공급이 수요에 맞춰 이뤄지는 게 어려워졌다. 이런 시기에 금리 인하는 자칫하면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 이제 ‘인플레이션 민감 경제’가 된 것이다.

미 연준에게는 뼈아픈 경험이 있다. 1970년대 금리 인상을 통해 12%까지 상승했던 물가상승률이 5%대로 잡혔다. 하지만 경기 침체를 우려해 섣불리 금리 인하를 단행했고, 그 결과 물가상승률이 15%까지 치솟았다. 폴 볼커로 수장을 바꾼 미 연준은 재발한 인플레를 막으려 결국 금리를 급격히 올렸고, 인플레이션은 잡았지만 경제에는 지울 수 없는 치명상을 남겼다. 이런 경험 때문에 미 연준은 금리를 내리더라도 신중을 기할 것이다. 금리 인하를 잘 다루지 못하면 40년 전 악몽이 되살아 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디지털·ESG·고령화…패러다임 변화
지난 4년간 팬데믹과 전쟁으로 요동쳤던 세계 경제는 올 한 해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갈 것이다. 이 균형점은 팬데믹 이전보다 악화된 수준, 즉 인플레이션은 높고 성장률은 낮은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치보다 구조적 변화를 더 중요하게 봐야 한다.

앞으로 세계 경제는 공급망과 기술의 변화, 지정학적 위기 등으로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삼일PwC 경영연구원은 이 패러다임의 변화를 △디지털 △ESG △고령화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했다. 디지털 부문에서는 인공지능(AI), 로봇, 바이오, 모빌리티 등 변곡점을 맞이할 기술들이 생산성 향상에 목마른 글로벌 경제에 구세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동시에 기술 패권 시대가 찾아오며 기술의 전파와 활용 속도에 따라 정치 블록화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런 블록화는 세계 경제의 효율성을 전반적으로 떨어뜨려 경제의 회복 속도를 더디게 만들 수 있다. 여기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며 국가간, 지역간 이합집산은 더 빈번하고 다양해질 것이다.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 AI·배터리·원자력·스마트농업·로봇 등 다섯 개의 산업군은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AI의 경우 매년 평균 36.6%씩 급성장하며 2030년 글로벌 기준 시장 규모가 무려 18조4750억 달러(약 2경436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탄소 중립과 에너지 안보 시대에 주목받는 원자력 산업에서는 소형모듈원전(SMR) 시장이 2040년까지 연평균 22%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스마트 농업과 로봇시장은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와 기후 변화 속에서 이를 해결할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 경제는 지표경기와 체감경기 간 괴리
올해 한국 경제는 지표경기는 개선되겠지만 체감경기는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 교역이 늘고 반도체 업황이 살아나며 수출과 설비 투자가 성장을 견인하지만, 체감 경기를 나타내는 ‘소비’와 경제 활력을 나타내는 ‘건설 경기’는 부진할 전망이다. 특히 고금리 장기화의 부메랑이 가계 부채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로 돌아와 한국 경제의 뇌관을 건드릴 수 있다.

지금처럼 다소 지지부진한 국내외 경제에 최선의 시나리오는 경기 순환적 변수인 금리, 인플레이션, 시장의 기대라는 세 가지 조합이 잘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또한 구조적 변수인 변곡점을 맞을 기술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져야 한다. 아쉽게도 이 모든 합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따라서 경제 주체들이 단기적인 경기 순환적인 변동을 잘 살피면서도 중장기적인 구조적 변화를 잘 읽고 대응해야 한다. 단기적 지표 변화에 일희일비하기 보다 긴 호흡의 대응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업의 경우 기술과 수요의 변화를 철저히 분석해 경쟁자를 압도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준비해야 한다. 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점진적 개선만으로는 버티기 힘든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새해, 각 경제 주체들이 청룡을 타고 비상하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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